대한민국은 현재 사상 유례없는 초저출생의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합계출산율 0.72명으로 OECD 국가들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며 인구소멸의 위기에 직면한 우리나라. 고령임신이 위험하고 합병증이 많으며 기형아 출생률도 높을 거라는 사회적 인식이 만연해있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여성들은 시도도 해보지 않고 미리 임신과 출산을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과연 고령산모, 고령임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위험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인 걸까요? 2024년 8월 14일 방영된 '생로병사의 비밀' 919회 노산이어도 괜찮아에서 그 진실을 알아봅니다.
1. 고령임신의 정의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노산이라는 말은 나이가 많은 산모가 출산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의학적으로 정확히 고령산모, 고령임신의 정의는 어떻게 될까요?
고령산모란 출산 예정일 기준 35세 이상인 여성으로 정의됩니다. 이는 국제산부인과연맹(FIGO)에서 1958년에 고령 산모의 기준을 35세 이상으로 정의한 것에 기인합니다. 현시대인 2024년을 기준으로 무려 66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죠.
2. 연도별 출산율의 변화
대한민국 통계청 자료에 따른 연도별 합계출산율의 변화를 보면 1980년대에는 가임기 여성 한 명당 1.74명에서 2023년에는 0.72명으로 감소했습니다. 그런데 산모의 연령별 출생아 비중을 보면 35-39세 여성이 2003년도에는 7.4%였는데 2023년에는 29.3%까지 늘어났습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어나고 결혼이 늦어지면서 초산 연령도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66년 전과는 시대가 많이 변화했는데 아직까지 35세 이상을 고령산모로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고령임신은 어떤 것이 위험하길래 따로 정의하기까지 한 것일까요?
3. 다운증후군
다운증후군이란 21번 염색체가 비정상적으로 하나 더 존재하게 되어 생기는 지적 장애, 독특한 얼굴 생김새, 신체적 발달 지연 등을 일으키는 유전 질환입니다. 산모 연령별 다운증후군 위험을 봤을 때 35세를 기준으로 높아지게 되는데 이에 따라 태아 기형 검사를 피검사로 할지 아니면 좀 더 정확한 양수검사로 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되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고령임신을 정의하게 된 것입니다.
양수검사를 하게 되면 양수검사를 할 때 사용하는 바늘이 태아를 자극하거나 감염시켜 유산이 될 확률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정확도는 높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해야 하는 검사에 해당되었는데요. 최근에는 피검사 방법이 발달되면서 양수검사를 하지 않아도 높은 정확도로 다운증후군을 선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요즘에 사용하고 있는 NIPT(니프티) 검사는 피검사로 하는 태아 DNA 검사로 다운증후군을 99%의 확률로 선별할 수 있어서 굳이 고령산모라고 해서 꼭 양수검사가 필요하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4. 고령임신, 실제로 위험한가?
■ 고령임신, 실제로 위험한지?
실제로는 고령산모 대부분을 고위험군으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젊은 산모에 비해 조산,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 등의 임신 합병증이 조금 더 증가하는 것은 맞습니다.
■ 노산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을 가졌던 건 아닐까?
나이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기준은 아니고 건강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젊은 산모도 기저질환이 있을 수 있고 나이 든 산모라도 건강할 수 있습니다.
5. AMH(항뮬러관호르몬)
AMH란 항뮬러관호르몬으로 난소에 있는 작은 난포(미성숙 난자 주머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입니다. 난소에 남아있는 난포의 수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로 사용됩니다.
AMH는 35세를 전후하여 점차 낮아집니다. 그렇다면 AMH가 낮다고 해서 임신을 할 수 없는 것일까요?
이것이 낮다고 해서 난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자연임신은 가능하지만 조금 서둘러야 한다는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난소의 양적인 노화는 알 수 있지만 질적인 노화를 알 수 있는 도구는 없습니다.
즉, AMH 수치가 낮아도 우성난포가 남아있다면 임신이 가능하며 수치 자체를 가임력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난포의 개수가 적다고 해도 오히려 똘똘한 난포가 남아있는 것이 있다면 임신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AMH는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부분 35세가 되면 임신능력이 급격히 하락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임신 합병증 중 하나인 조산 위험은 35-39세 산모와 20대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임신중독증 위험 역시 5% 이내에 머무릅니다.
6. 임신중독증
그렇다면 고령임신으로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은 관리가 가능할까요?
임신중독증이란 임신중 발생하는 고혈압성 질환으로 주로 임신 20주 이후에 증상이 나타납니다. 흔히 단백뇨 증상을 동반하고 부종이 심해지며 심한 경우 뇌출혈, 혼수상태 등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태아로의 혈류공급에 장애를 일으켜 최악의 경우 태아사망까지 이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임신초기 저용량 아스피린(100mg)을 복용하면 임신중독증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위험요소를 미리 방지하고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모두 지킬 수 있습니다.
7. 국제산부인과연맹(FIGO)의 현재 입장
최근 나이 많은 산모들도 건강하게 아이를 출산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의학계에서도 노산의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습니다. 국제산부인과연맹(FIGO)의 니킬 푸란다레 박사도 고령 임산부가 건강한 아이를 가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가능하고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무조건 35세 이상 산모를 고위험군으로 보는 편견 대신 충분히 건강한 아이를 잘 낳을 수 있다는 응원과 격려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로 인한 큰 두려움으로 인생의 더 큰 행복을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8. 고령임신의 장점
메릴랜드대학교 의과대학 산부인과 교수 캐서린 괴칭거는 35세 미만과 35세 이상으로 나누어 20년간 축적된 약 76000명의 임산부 초음파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염색체 이상이 없는 경우 태아의 주요 선천성 기형 발생위험이 산모의 나이가 증가할수록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이 나이가 많으면 기형아를 낳을 것이라는 세상의 편견을 의학적으로 반박한 결과였습니다.
캐서린 박사가 제시한 몇 가지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여성이 나이가 들수록 자기 관리를 더 잘하는 경향이 있다. 더 일찍 산전관리를 받고 더 일찍 산전비타민을 복용하고 또한 나이가 들면서 위험한 행동을 덜 하게 된다.
둘째, 난자가 나이가 들면서 기형이 있는 임신은 진행되지 않고 종료되고 정상적인 임신만 계속 유지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늦게 엄마가 되는 것은 여러 가지 장점들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고령산모는 출산에 대해 더 잘 준비되어 있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 직장에서 더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어 재정적으로 더 유연하고 육아 옵션도 더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35세 이후 첫 출산을 경험한 산모의 경우 여성으로서의 삶이 더 건강하고 행복하다.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는 말합니다.
"현대사회에서는 35세 무렵의 연령대에서 임신을 하는 것이 더 적합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임신의 황금기(Golden Pregnancy)' 일수도 있다는 것이죠"
노산이면 임신합병증이 증가하고 기형아를 낳을 확률이 많다는 사회적 인식으로 임신하려는 사람을 좌절시키거나 임신한 사람을 불안감에 휩싸이게 하지 말고 나이가 많아도 건강하게 임신, 출산할 수 있다는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는 것이 대한민국 나아가 현대사회의 저출생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결론입니다.
건강지수와 행복지수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건강한 삶의 방식'을 제시하는 프로그램 '생로병사의 비밀'은 매주 수요일 밤 10시 KBS1TV에서 방송됩니다. 생로병사의 비밀 관련 클립영상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의 버튼을 클릭하여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TV클립 영상
'생로병사의 비밀' 공식홈페이지 : https://program.kbs.co.kr/1tv/culture/health/pc/index.html
사진출처 : KBS1TV '생로병사의 비밀' 919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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